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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지능 아동, 언어치료가 꼭 필요할까?언어치료 2025. 9. 10. 10:07
“지능은 괜찮은데 왜 말을 잘 못하는 걸까요?”
언어지연이나 학습 부진을 이유로 상담을 오는 보호자들 중 일부는 검사 결과 ‘경계선 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이라는 낯선 진단명을 듣게 됩니다. IQ가 평균보다는 낮지만, 지적장애 수준은 아닌 아이들. 이 아이들은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친구와 소통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에도 미숙함을 보입니다.
그런데 보호자 입장에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이 아이들이 ‘치료가 필요한 장애’라고 하긴 어렵고, 그렇다고 ‘별문제 없는 정상’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아이들이 적절한 중재를 받지 못한 채, ‘그냥 느린 아이’라는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계선 지능’ 아동의 특징과, 그들에게 왜 ‘언어치료’가 꼭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목차
1. 경계선 지능이란 무엇인가?
‘경계선 지능’은 일반적으로 IQ 70-85 범위에 해당하는 인지 능력을 의미합니다. 지적장애의 기준인 IQ 70 미만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평균 범위(IQ 90110)보다는 확실히 낮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 지능대의 아이들이 학교,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꽤 크다는 점입니다.
이 아이들은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지만, 문제 해결력, 추상적 사고력, 이해력, 주의집중력 등에서 결함을 보입니다. 특히 언어를 통한 사고나 추론,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대화 능력에서 많은 제약을 겪습니다. 그 결과 교실에서는 수업을 이해하기 어렵고, 또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소외되기 쉽습니다.
2. 언어 발달과 경계선 지능의 관계
경계선 지능 아동은 흔히 ‘말은 하는데 뭔가 어색한’ 특성을 보입니다. 단어 수는 충분할 수 있지만, 문장 구조가 단순하거나 엉성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감정 표현, 설명하기, 질문에 대답하기, 추론하기 등 고차원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한 수용 언어(이해력)가 제한되어 지시를 잘못 이해하거나, 수업 내용을 한 번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언어는 단순한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사고하며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따라서 지능이 낮은 경계선 아동에게 언어의 어려움은 곧 학습과 사회성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3. 언어치료가 왜 필요한가?
경계선 지능 아동은 지적장애처럼 특수교육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일반 학급에 배치되지만, 그 속에서 또래를 따라가기에는 능력이 부족해지며 좌절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때 언어치료는 중요한 중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현 언어 향상: 단어 선택, 문장 구성, 말의 논리성을 훈련
- 수용 언어 향상: 지시나 설명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강화
- 사회적 언어 기술: 또래와의 대화 방식, 감정 표현, 대화 순서 지키기 등
- 학습 언어 능력: 문제 이해, 지시 따르기, 과제 수행 관련 언어 기능 강화
경계선 지능 아동은 인지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언어적 보조 장치가 강화되면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서 훨씬 더 안정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4. 실제 사례: 언어치료로 변화한 아이
8세 남자아이 B군은 언어는 가능했지만, 문장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대화 중 본인의 이야기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학습검사 결과 IQ 75, 즉 경계선 지능 범주로 판정되었고, 언어이해력도 나이에 비해 2년 정도 지연되어 있었습니다.
치료 초기에는 짧은 문장 만들기, 질문-답변 훈련, 그림 설명 등 기본 언어 훈련을 시작했고, 이후 사회적 언어 기술을 포함한 훈련으로 확장되었습니다. 6개월 후 B군은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게 되었고, 수업 시간에도 교사의 질문에 손을 들어 대답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단순한 언어 기능이 아닌, 언어치료가 아이의 사회성과 자존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5. 경계선 지능 아동을 위한 가정 내 언어 자극 방법
- 질문-답변 대화 늘리기: 아이에게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있었어?” 같은 질문을 자주 던져보세요.
- 이야기 요약하기: 책을 읽은 후, “이야기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뭐였어?”라고 물으며 요약 능력을 키웁니다.
- 정서적 표현 유도하기: “화났을 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슬플 땐 친구한테 뭐라고 말할까?” 같은 훈련은 사회적 언어를 발달시킵니다.
- 규칙적인 대화 시간 만들기: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아이와 대화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일관된 언어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치료 접근 시 유의할 점
- 치료 목표는 ‘학업 성취’보다 ‘실생활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경계선 지능 아동은 피로도가 높고, 반복에 대한 저항감이 있을 수 있으므로 놀이 기반 치료가 더욱 효과적입니다.
- 치료사는 아이의 정서 상태, 자기 효능감을 함께 고려하여 접근해야 하며, 치료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점을 보호자도 인지해야 합니다.
아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 언어치료
경계선 지능은 장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균과 같지도 않은 ‘경계선’ 위에 있는 아동입니다. 이 경계는 아이의 삶에서 아주 작은 도움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언어치료는 그 작은 도움 중 가장 확실하고도 실질적인 도구입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발음이 정확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며, 적절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언어 능력은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경계선 지능 아동에게 언어치료는 단순히 단어 수를 늘리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돕고 친구와의 관계를 만들어주며, 아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언어적 기반을 제공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작은 ‘가능성’이라는 믿음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언어치료는 그 속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망설이고 있었다면, 오늘이 바로 그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날입니다.'언어치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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