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언어 문제가 원인일 수 있을까?
    언어치료 2025. 9. 9. 10:12

     

    아이의 사회성을 걱정하는 보호자들은 종종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해요”, “혼자 노는 걸 좋아해요”, “같이 놀자고 하면 대답을 안 해요”와 같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때 많은 이들이 ‘성격이 내성적인가 보다’,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행동 뒤에는 화용언어(pragmatic language) 발달의 어려움이 원인일 수 있다.

    말을 잘하고 단어도 풍부한데,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에서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아이. 이는 단순한 말재주가 아닌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의 문제다. 즉, 표현 언어가 아닌 **‘소통 언어’**의 부족함이다.

     

    목차

    화용언어란 무엇인가?

    화용언어란 상황과 상대, 맥락에 맞춰 언어를 조절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말의 내용보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둔 영역이다. 이 능력은 언어를 통해 사회적 규칙을 따르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다쳤을 때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것, 누군가 말하고 있을 때 끼어들지 않고 기다리는 것, 농담을 이해하고 웃는 것, 자신의 말을 간단히 줄이거나 강조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등 모두 화용언어에 해당된다.

    언어치료에서는 이를 단순한 말하기 훈련이 아니라, 상황 판단력, 감정 이해, 사회적 맥락 파악까지 포함한 복합 능력으로 본다.

     

    또래 관계에서 화용언어가 중요한 이유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 또래 관계는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아이가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언어의 형식은 괜찮아 보여도 화용언어의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대화 주제를 자주 바꾼다
    •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아예 무시한다
    •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에 공감하지 못한다
    • 역할놀이에서 자기 주장만 고집하거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다
    • 말을 중간에 끊거나, 혼잣말을 자주 한다
    • 장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뉘앙스를 파악하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은 겉으로는 말이 유창하더라도, 실제로는 또래들과의 자연스러운 언어 교환이 어렵고, 반복되는 오해와 갈등 속에 점점 관계를 회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화용언어 발달 지연의 원인과 연관 요인

    화용언어의 발달 지연은 여러 요인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으로 자폐 스펙트럼(ASD), ADHD, 사회불안, 언어발달지연, 감각처리 이상 등이 영향을 미친다. 또한 디지털 기기에 장시간 노출되며 일방향적인 자극만 경험한 아동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자폐 아동은 상황 맥락을 이해하거나 타인의 의도를 추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말은 하지만, 적절한 언어 사용이 이뤄지지 않는다. ADHD 아동 역시 충동성과 주의력 문제로 인해 대화의 순서를 지키지 못하거나, 상대방 말을 충분히 듣기 전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아동에게 단순히 표현 언어만을 중점적으로 치료할 경우, 실제 또래 관계에서의 언어 사용은 여전히 서툴 수 있다.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언어 문제가 원인일 수 있을까?

    실제 사례로 보는 화용언어 문제

    8세 남아 B군은 지능 및 표현 언어 평가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친구와 자주 다투고, 협동 놀이가 어렵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상담 결과, B군은 대화에서 주제를 지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관심사만 이야기하며 상대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언어치료에서는 B군에게 ‘순서대로 말하기’, ‘상대의 말 끝까지 듣기’, ‘상황에 맞는 질문하기’ 등의 화용 훈련을 진행했고, 보호자에게는 놀이 중 화용 언어 자극을 유도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6개월 후, 교사와 친구들로부터 “예전보다 함께 놀기 수월해졌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이처럼 표현 언어에 이상이 없더라도, 화용언어 치료는 사회적 소통 기능을 회복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화용언어 치료, 어떻게 진행될까?

    화용언어 치료는 단어 훈련이나 문장 연습보다, 사회적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해석하는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 역할놀이 : 병원 놀이, 식당 놀이 등을 통해 역할과 대화 흐름 익히기
    • 감정 훈련 : 다양한 표정과 상황을 보고 감정 이름 말하기
    • 대화 순서 훈련 : 상대방 말 듣고, 차례 지켜 응답하기
    • 상황 판단 게임 : “이럴 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식의 가상 대화 연습
    • 사회적 이야기 만들기 : 대화의 시작, 유지, 마무리 구성하기

    또한, 아이의 실제 또래 환경을 고려한 연습이 병행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치료사와 보호자가 함께 활동 목표를 설정하고, 가정에서도 연계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화용언어 자극법

    화용언어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자극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음은 가정에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실천법이다.

    • 역할을 바꿔 말해보기: “엄마가 아이처럼 말해볼게, 너는 선생님 해봐”
    • 대화 카드 게임: “이럴 땐 뭐라고 해?” 질문 카드 활용
    • 감정 일기 쓰기: 하루 동안 느낀 감정을 그림이나 말로 표현
    • 상황극 흉내내기: 인형이나 인형극으로 대화 상황 재현
    • 영상 시청 후 대화 분석: 등장인물의 말, 표정, 행동에 대해 질문하기

    이러한 활동을 반복하면 아이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표현을 조절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결론: 언어 능력보다 중요한 건 ‘소통 능력’

    말을 잘하는 것과 소통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단어 수가 많고 문장이 유창하다고 해도, 상대의 말을 듣지 않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을 반복한다면, 사회적 관계는 점점 어려워진다.

    화용언어는 단순한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핵심 능력이다. 아이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감정을 조절하며, 즐거운 놀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언어 사용의 사회적 기술이다.

    보호자가 아이의 사회성을 걱정한다면, 단순히 성격의 문제로만 넘기지 말고 언어의 사용 방식에 주목해보자.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어치료를 통해 화용언어 발달을 지원하는 것이, 아이의 사회적 자립과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