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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는 언어치료를 어떻게 느낄까? 아이의 시선으로 본 치료 경험
    언어치료 2025. 9. 1. 00:33

    처음 언어치료실의 문을 열었을 때,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익숙하지 않은 공간, 낯선 사람, 어딘가 모르게 기대와 긴장이 섞인 공기. 보호자와 치료사는 "잘 적응하겠지", "언어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아이의 마음속에는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못한 감정들이 고요히 일렁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어치료는 단순한 수업이나 놀이 시간이 아닙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첫 시도이며, 누군가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작입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의 시선'이라는 관점에서 언어치료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아이가 느끼는 감정, 기대, 불안, 그리고 변화의 과정을 상상하며 풀어내고자 합니다.


    낯선 공간에 들어선 첫날

    "나는 처음 그 방에 들어갔을 때, 무서웠습니다. 엄마 손을 꼭 잡았고, 눈앞의 장난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누나(치료사)가 웃고 있었지만, 나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언어치료의 첫 시작은 안전과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언어 표현이 늦은 아이일수록, 새로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마음을 열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침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느낌'입니다. 이 공간이 안전한지, 이 사람이 나를 혼내지 않을지,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기다려줄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아이는 언어치료를 어떻게 느낄까? 아이의 시선으로 본 치료 경험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은 시간

    "치료사 누나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장난감을 가리키면 건네주었고, 고개를 젓거나 고개를 돌리면 그만하자고 말해주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시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매우 섬세하게 주변을 관찰합니다. 특히 언어치료 초반에는 비언어적 반응이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됩니다. 아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치료사는 시선을 맞추고, 억지로 말을 시키지 않으며, 몸짓과 표정으로 반응해 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이 사람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준다"고 느끼게 되고, 처음으로 자기 표현을 시도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립니다.

    표현이 즐거움이 되는 순간

    "어느 날, 나는 '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왔을 때, 치료사 누나는 눈이 동그래졌고, 환하게 웃으며 나를 안아주었습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말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에게 언어는 도구이기 이전에 감정의 통로입니다. 단어 하나를 내뱉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그 말에 진심으로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그 말은 살아있는 언어가 됩니다. 반복되는 놀이와 상호작용 속에서 아이는 점점 말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아이는 언어치료를 '어렵고 낯선 활동'이 아닌,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실패와 좌절, 그리고 격려

    "어떤 날은 잘 안됐습니다. 나는 치료실에 들어가기 싫었고, 말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화도 나고, 눈물도 났습니다. 그런데 누나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안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그냥 내 옆에 앉아서 같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모든 치료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면서 지치고, 회피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언어가 멈춘 이유를 억지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 자체를 수용해주는 태도입니다. 치료사는 언어가 터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아이가 다시 마음을 열 수 있는 신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러한 '말 없는 시간' 역시 언어치료의 일부이며, 아이는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통해 다시 표현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치료실을 넘어서, 세상과의 연결

    "요즘 나는 유치원에서 친구랑 놀기도 하고,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엄마는 내 말을 듣고 자주 웃습니다. 나는 이제 말하는 게 무섭지 않습니다.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언어치료를 받은 아이는 치료실 안에서뿐만 아니라, 바깥세상에서도 변화합니다. 또래와의 관계에서 자기주장을 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필요한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은 아이의 자존감과 정서 안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는 단지 ‘말을 잘하게 되었다’는 성과 이상의 변화이며, 아이가 사회 속에서 주체로서 자리 잡는 시작점이 됩니다.

    특히 아이 스스로 말하는 것이 편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언어치료는 단순한 개입이 아닌 삶의 전환점이 됩니다.

    보호자가 알아야 할 아이의 마음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느낍니다. 말이 늦다는 이유로 혼나거나 비교당했던 기억이 있는 경우, 치료 자체를 스트레스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보호자와 치료사가 함께 기다려주고, 실패를 비난하지 않는 환경에서 아이는 언어를 다시 ‘기회’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보호자는 아이의 말하기 능력에만 주목하지 말고, 말하려는 의지가 생겼는지, 말로 표현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함께 관찰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말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말하고자 하는 ‘의미’와 ‘마음’입니다.

    마치며

    언어치료는 아이에게 있어 단순한 훈련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을 이해받고, 표현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입니다. 아이는 치료실에서 단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기다려주는 사람, 실수해도 웃어주는 사람,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언어 그 자체보다 더 큰 힘이 됩니다.

    언어치료를 고민하는 모든 보호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치료를 통해 단지 말을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싶어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아이의 평생을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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