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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용론적 접근이 필요한 경우는 언제일까?언어치료 2025. 8. 31. 16:35

아이가 또래보다 말을 잘하고 문장도 길게 말할 수 있는데, 유독 또래 관계가 어렵고 대화가 자연스럽지 않다면 부모는 혼란스럽다. 분명 말은 하는데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 이것은 단순한 언어 지연이 아닌 화용론적 언어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치료는 어휘력, 문장 구성, 발음 정확도 등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아동은 말의 ‘형식’은 정상이면서도 사회적 맥락에서의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보인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존의 언어치료 방법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려우며, 화용론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화용론이란 무엇이며, 어떤 아이에게 이 접근이 필요한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살펴보고, 화용론적 개입이 왜 중요한지, 치료 방향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화용론(pragmatics)은 언어학의 한 분야로, 단순히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언어는 단어와 문법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같은 말을 해도 상황, 상대, 분위기에 따라 말투, 표현 방식, 응답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물 좀 주세요"라는 말도 친한 친구에게는 "물 좀 줘", 낯선 어른에게는 "실례지만 물 좀 주시겠어요?"라고 다르게 말해야 자연스럽다. 또래 아이가 장난감을 빼앗았을 때 "내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상황 파악 없이 화를 내거나 침묵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화용론은 바로 이 문맥 속 언어 사용 능력을 다룬다.
화용론은 다음과 같은 언어 기능을 포함한다:
순서를 지켜 대화하기
주제에 맞게 말하기
눈맞춤, 몸짓, 억양 등을 사용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적절히 응답하기
농담, 비유, 뉘앙스를 이해하기
상황에 따라 말투 조절하기
언어의 형식적 능력은 정상이지만, 이러한 맥락 속 사용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사회적 의사소통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화용론적 접근이 필요한 아동의 특징
화용론적 언어문제를 가진 아동은 겉보기에 언어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단어도 많고 문장도 잘 만든다. 그러나 실제 대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일 수 있다:
말하는 양이 많지만,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상대방의 말 차례를 자주 끊거나, 혼자만 말하고 상대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유머, 비유, 관용 표현 등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눈맞춤이나 표정, 억양 등 비언어적 신호가 부족하거나 부적절하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투를 사용한다. 예: 선생님에게 반말, 친구에게 지나치게 형식적인 말 사용
친구들과의 놀이나 협력 활동에서 갈등이 잦고, 감정 조절이 어렵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과도하게 설명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종종 언어 검사는 정상이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은 어려운 아동으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회적 언어능력(화용능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 필수적인 화용론적 접근
화용론적 접근이 가장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집단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동이다. 자폐 아동은 언어 이해력이나 표현력 자체는 정상이거나 뛰어난 경우도 많다. 하지만 눈맞춤, 상대방의 관심사 고려, 상황 맥락 파악 등이 약하기 때문에 실제 대화에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이때 단순한 언어 자극 위주의 치료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오히려 사회적 상황 속에서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정과 의도는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이는 언어치료에서 화용론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언어치료에서의 화용론적 개입 방법
언어치료사가 화용론적 문제를 발견한 경우, 일반적인 단어·문장 과제를 넘어선 특별한 치료 전략이 적용된다. 주요 치료 방법은 다음과 같다:
1.역할극과 상황극: 대화 상황을 설정하고 역할을 나누어 자연스럽게 화용적 기능을 연습한다.
2.그림 카드 대화 훈련: 순서대로 말하기, 질문 응답, 감정 읽기 등을 시각 자료로 훈련한다.
3.사회적 이야기(Social Stories):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제시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4.비언어적 신호 훈련: 표정, 몸짓, 억양 등도 함께 연습하며 의사소통의 전체 흐름을 개선한다.
5. 또래 상호작용 그룹: 또래 아이들과의 실제 놀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화용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6. 비판적 사고와 유추 능력 강화: 맥락을 파악하고 상대의 의도를 추론하는 사고 훈련도 포함된다.이러한 치료는 단기간의 결과보다 지속적인 반복과 환경 일반화를 통해 효과를 낸다. 보호자 역시 가정에서 연습을 함께해야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화용론적 접근이 늦어질 때 생기는 문제
화용적 언어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아이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또래 친구들과 관계가 어렵고, 고립되기 쉬워진다.
자신의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해 분노나 불안 등 정서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 지시를 오해하거나,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잦다.
상대방의 말 의도를 잘못 해석해 ‘무례한 아이’로 오해받는다.
사회성 결핍이 장기화되며 자존감이 낮아지고 학습 동기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언어치료를 받을 때 단지 말이 트였는지, 문장을 잘 만드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치료사뿐 아니라 보호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화용론적 접근은 언어치료의 필수 구성입니다
아이가 말은 하지만 대화가 어색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언어 사용을 한다면 단순한 언어 지연이 아니라 화용론적 언어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이나 ADHD 아동, 혹은 고기능 언어 사용 아동에게서도 이런 문제는 흔하게 나타난다.
이럴 때는 단순한 단어·문장 학습보다, 실제 상황 속에서의 언어 사용 능력을 키우는 화용론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언어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용되는 도구이며, 그 맥락과 감정, 반응까지 고려한 전체적 접근이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언어치료가 단지 ‘말을 잘하는 것’을 넘어 ‘상대와 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화용론적 접근은 그 핵심이 된다. 말하는 아이라서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아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더 건강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점검의 시작이어야 한다.'언어치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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